(나든 오빠든) 부정하고 싶어도 우리집 요리사는 나다.
벌써 결혼한지 만 3년, 요리를 잘은 못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나, 쿡방, 인터넷 동영상, 앱 등을 참고해서 어떻게 저떻게 요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실 아기 낳기 전엔 운전이 서툴러 혼자 장을 못 보고 주말에 오빠랑 같이 다녔다.
남자들은 장 보는데 왜 이렇게 박한지... -_- 진짜 너무 스피디 하게 장을 봐서....(30분 넘으면 엄청 짜증냄)
내가 원하는 요리를 잘 할 수 없었고
운전을 좀 시작하게 된게... 임신 중반 이훈데...
그 때부턴 배가 부르고 몸이 불편해서 요리를 완벽하게는 못했지만 그래도 원하는 재료로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핑계가 많군. 여튼 그래도 생각보다 아-주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그래서 요리사로서 준비해야하는 몇 가지 귀찮지만 꼭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마늘 다져서 얼리기
진짜 마늘! 한국요리에서 마늘이 안 들어가는 요리가 있나?
나물 무칠 때도, 쌈장이나 초장 만들 때도, 심지어 떡볶이에도 마늘 왕창 넣어야 한다.
몰랐는데 마늘을 넣고 안 넣고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백종원 아저씨가 파기름 파기름 외치지만 결국 다진마늘을 이길 순 없을 것....-_-ㅋㅋㅋ
두달에 한번 꼴로 마늘을 다 까서, 챱퍼에 잘게 다져서 얼려놓는다.
은근 귀찮지만 꼭 해야하는 일.
2. 파 썰어서 얼리기
파.....도 진짜 안 쓰이는 곳이 거의 없다. 그냥 일단 애매하면 넣으면 된다.
여기는 대파가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어서 한국에서 말하는 쪽파보다 좀 두꺼운 파... 뭐지 암튼-_- 그런 파를 왕창 사다가
잘게 썰어서 얼려놓는다. 그럼 요리할 때 마다 썰어놓은 파 덩어리를 사용한다. ㅋㅋㅋ
뿌리는 따로 모아서 국물 다시팩을 만들어 놓는다. 그럼 국물요리를 할 때 하나씩 꺼내 쓰고.
대파가 운 좋게 있다면 대파를 쓰는게 훨씬 좋다.
대파 뿌리가 국물이 훨씬 시원하고, 흰 부분 / 파란 부분 각각이 더 향도 강하다. 그리고 대파가 썰어놓은 모양도 더 예쁘다. 좀 굵어서 둥글게 모양도 잘 잡히고...
3. 멸치 / 다시마 정리
한국요리는 진짜 밑작업이 너무 많다......ㅠㅠ 여기 미국사람들은 치킨스탁이라고 부르는 육수 팩을 사다가 그냥 우유 팩 쓰듯이 콸콸 따라 쓰는데
한국에서 국물요리 하려면 멸치를.... 머리를 뗴고 배를 갈라 내장과 똥을 제거하여 살짝 볶거나 오븐에 구워 비린내를 날려보내야 한다. 환장.
근데 여기선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한국에서도 없음) 그냥 한다.... 이건 그래도 네-다섯달에 한번씩만 하면 되는 것 같다.
국물 멸치가 가격에 비해 상태가 안 좋지만 그래도 멸치 육수 없이 국물요리 절대 불가...
다시마도 잘 썰어서 지퍼백에 정리해 냉동실에 넣어놓는다.
국물요리엔 멸치, 다시마, 파뿌리를 기본으로 넣고 가끔 건새우나 표고 등을 이용한다. 넘나 귀찮은 것... 근데 안 하면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다. ㅠㅠ
아... 진짜 이것 세개는 필수로 하는 것 같고
때때로
- 초장/쌈장 만들기
- 파이지 만들어 얼려놓기 (입 짧은 오빠가 호두 파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 덩어리 버터 소분하기
- 덩어리 치즈 소분하기
등을 한다.
한 줄로 적은 것들이지만 엄청나게 귀찮은 일들이 많다.. ㅠㅠ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마 더 많은 소분/정리 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모범요리사도 아닌데.... 모범 요리사들은 엄청 부지런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