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잔치였던 맨하탄 여행중에
만 27세,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는 29살을 돌아오던 새해 맞이했다.
27년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었지만 가장 큰 이벤트를 꼽자면 바로 '출산'일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엄마가 출산보다 육아가 훨씬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육아는 어떤 점 적인 이벤트라고 하긴 그렇고...(아 너무나 긴 과정이다.. 20년짜리 대서사 드라마랄까),
모든 엄마들이 자신만의 출산 이야기를 갖고 있다. 누구나 특별하고 다르다. 나도 어디가서 임신, 출산에 대한 얘기를 해보라면 몇시간이고 술술 할 자신이 있다. 남들 다 하는 건데 별거냐고 하겠지만 별거긴 별거다.
나는 미국에서 아기를 낳았다.
대학 시절의 나라면 지금의 나를 두고 이런 반민족적이고 부르주아 같은 일을 하냐며 혀를 끌끌 찼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을 쫒아 이 곳에 살게되었다. 여기 처음 왔을 때 나는 이 머나먼 타지인 미국에 있고 싶지가 않아서, 이 곳에 있는게 외로워서 힘들어 했었는데 말도 잘 안 통하는 이 곳에서 어떻게 아기까지 낳게 되었다.
'그녀'의 생일날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술로 인해 수술자국이 생겼다. 팬티로 가릴 수 있지만 아무튼 있는 것 있는 거고, 꽤 길다.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기까지는 8개월 이상이 걸렸다.
처음 1주일은 정말 너무나 아팠다. 누웠다가 일어나고, 기침하고 할 때마다 이러다 죽는게 아닌가 싶었다.
한달쯤 지나니 나름 괜찮아졌지만 역시 운동을 하거나 좀 심하게 움직인다 싶으면 여지없이 아팠다.
그 뒤로 몇달간도 만질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샤워할 때도 제대로 못 만지고 했던게 얼마전이다. 정기검진을 갔던 산후 8개월까지도 그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두번째 변화는...
나는 혼자일 수 없게 되었다. 20년쯤 지나서 아이가 독립하면 해결된 문제이긴 한데. 아 좀 길다...
아기가 조금씩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형성해 나가겠지만 아직까지 먹고, 자고, 싸는 모든 문제가 지금은 내 손에 달려있다. (남편은 거들뿐)
설사 먹고, 자고, 싸고 등의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나는 이 아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젠가 아기가 기관이나 학교에 다니게 되면, 내 몸은 몇 시간 혼자가 되겠지만 정신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순 없을 것 같다.
이 밖에도 1000여 가지의 달라진 점을 발견하였지만 블로그의 여백이 부족해 옮기지는 않...... 응?
사실 좋은 점도 있다. 아기는 정말 귀엽고 나 닮은 아기는 진짜 귀엽다.
나는 절대로 SNS에 아기 사진으로 도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내 객관을 잃고 말았고 그냥 내 좋을대로 내 마음의 소리를 이성의 소리가 말리는 그 지점까지 즉 적당한 수준에서 사진을 올리고 있다. 아기는 정말 귀여운데 내 눈에만 귀여운 것을 잘 알고있다. 나도 남의 아기가 귀엽긴 한데 우리 아기 만큼은 아니니까.
하물며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뭇 젊은 남녀들이 '아기극혐' '아기도배 극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아기는 13개월이지만 엄마(그리고 아빠)들의 고생은 임신을 했던 10개월 이전부터였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술을 제대로 못먹은 시점이 바로 그 임신 시점.... 그렇구나 술도 맘대로 마실 수 없다. 이건 좀 많이 억울하다.
어쨌든 갖은 고생 끝에 한 명의 아기가 나왔고 2인가구가 3인가구가 되면서 제법 '가족'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난 지금 매일을 열심히 살고 있다.
9-11정도 랄까.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을 한다.
남편이 좀 알아줬음 좋겠지만 음식도, 이유식도 열심히 만들고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장도 보러 다니고... 아무튼 최선을 다한다.
저녁도 매일 차리고... 내가 좋아서 엄마 된 거지만, 가끔 누구한테 칭찬도 듣고 싶고 격려도 듣고 싶은데 미국에 있으니 어디 얘기할 곳이 없다.
신랑한테 얘기하면 좀 민망하고 잘못 얘기해서 핀트 나가면 싸울 지도 모르겠고... 사실 다 서로 고생하는 거 아는데...
13.5개월,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온 내가 자랑스럽고 예쁘다.
하루하루가 살아가는게 아니라 가끔은 살아'내는' 것 같은 도전을 받지만 이 하루하루가 쌓여서 잘 다듬어진 인생 단지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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