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응급 제왕절개를 해서
둘째때는 자연스럽게 계획 제왕절개를 하거나 아님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VBAC)이라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첫째의 머리가 너무 컸고(둘째는 작을 수도 있지만)
첫째 때의 응급상황에서 갑자기 새벽에 아기를 힘들게 낳아 몸.. 특히 마음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그냥 계획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원래 예정일은 12월 27일인데, 크리스마스 연휴 직후고 그 전에 진통이 오면 연휴에 당직의사에게 수술 받는게 더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12월 20일로 잡았다.
여기는 단태아 기준 39주부터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 있는데, 이 날이 39주 0일이고, 또 수요일이어서 입원해 있는 동안(2박 3일, 3박 4일 예상) 첫째가 유치원에 가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할 것 같았다.
의사샘은 나의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말했고... 항상 응원해주고 여러가지를 충분히 설명해 줬다.
사실 난 영어가 짧아 충분한 설명은 필요없고 내 수준에 맞는 설명이 필요했는데 항상 천천히 액션을 섞어가면서 말해주어서 정말 편하게 진료받았던 것 같다.
수술 당일까지 가진통은 없었고, 38주 마지막 체크업에서도 자궁문이 꽉 닫혀있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전전날 기본적인 피검사와 페이퍼워크 (하반신 마취로 최대 사망 ~~ 뭐 이런 ㅠㅠ)를 끝내고 받아온 화학약품같은 비누로 전날 저녁과 수술 당일 아침 열심히 씻었다.
나랑 친정엄마랑 직접 운전해서 9시 수술에 맞춰 7시까지 병원에 도착했다.
6시 반에 집에 나와 어두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꽤나 많은 차가 있어서 진짜 사람들 열심히 사는구나... 한국도 미국도... 그런 생각을 하며...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담당 간호사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등등... 환복하고, 아기 심박계와 내 혈압계등을 달았다. 마취과 의사와 수술의사인 산부인과 의사가 올때까지 따뜻한 침대에 누워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
간호사도 친절하고, 마취과 의사도, 의사샘도 모두 친절하게 인사하러 오셨다.
첫째 내려놓고 남편도 왔고.. 제모도 하고...
조금 기다렸는데... 의사가 오고나서, 수술실로 걸어가라고 ㅋㅋ 해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 1번 수술방.. ㅠㅠ 첫째 낳을때 울면서 왔던것 같은데 막상 내가 걸어서 오니까 그렇게 춥지도 않고 좋은 노래도 흘러나오고 일찍 출근한 간호사와 의사들의 잡담이 마음을 좀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마취과 간호사가 임신했길래 실례가 안된다면 제왕절개 할거니 자연분만 할거니 물어봤더니.. 자기는 셋째고 모두 제왕절개로 낳는다고 해서.. 내 선택이 옳았구나(?)라고 생각하며 ㅋㅋㅋ 마취를 기다렸다.
마취과 의사가 다시한번 내 키를 확인했다. 근데 5피트 1인치 인지, 5피트 0.5인치 인지 잘 모르겠었는데 어쨌든 대충 말했다.
무통을 맞을때 처럼 새우등을 하고 마취과 의사가 척추쪽에 주사를 놓는데... ㅠㅠ 이게 생각보다 굴욕일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고
그냥 눈에 안보이니(등에서 놔서) 좀 무섭고... ㅠㅠ 그래서 처음부터 담당해준 친절한 간호사 할머니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ㅠㅠ
뭐가 쑥 들어오길래 다 됐냐고 물어봤더니 아직 아니라고.... ㅠㅠ 그랬더니 뭔가 욱욱 쑥쑥 들어왔다... 아.. 이제 됐구나 ㅠㅠ
그리고는 얼른 수술대에 날 눕혔다. 바로 마취가 시작되기 때문에 얼른 누웠고... 금방 마취가 되었다.
마취가 끝나면 남편이 들어올 수 있다. 오빠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까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근데 마취가 되어도 감각이 약간은 있어서... 누군가가 나를 만지는 느낌 ㅠㅠ이 나서 혹시 마취가 안된건 아닌지 물었는데 '압력'은 느껴질 수 있다고 그랬다. 그게 '고통'이면 말해달라고 했다.
미리 대기실에서 항생제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실엔 다른 입구로 수액 등이 투여되었다.
마취 초기에 소변줄을 꽂았는데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느낌이 나기는 했다.
그리고 다른 스텝들이 수술 준비를 했다. 여러가지 사항들을 확인했다.
처음부터 함께한 친절한 할머니 간호사가 계속 내 이름과 생일을 물어봤다. 여기 뭐하러 왔는지도 물어봤다.
마취가 혹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수술실에는 가요가 조용히 흘러나왔고.. 조금 무서웠던 건 가위소리..ㅠㅠ 자궁인지 살인지 찢는 소리가 ㅋㅋ 사각사각 나서 그게 좀 무서웠다.
하지만 곧 아기가 나오고 ㅠㅠ 진짜 눈물이 흘러내렸다. ㅠㅠ 드디어... 9달동안 품고 있었는데 드디어 보네...
사람 형상이군...(?) 다행이다.. 뭐 이런 ㅠㅠ
그리고 배를 눌러서 남아있던 양수나 태반등을 빼낸 것 같았다.
의사선생님이 꼬매기 시작했다.
금방 끝나고 회복실로 이동했다. 간호사가 내 침대를 밀고 오빠가 둘째 누인 카트를 밀고 따라왔다.
수술 끝날때까지 친절하게 대해주던 할머니 간호사... 이름이 사라였나 ㅠㅠ 땡큐를 못한게 너무나 아쉽다.
진짜 너무 친절하고 고마워서 ㅠㅠ 지금생각해도 짠하네..
첫째 낳았을 때랑 똑같은 회복실인데 밝을 때 오니 따뜻하고 아늑했다.
목마르다고 하니 아이스칩 줄까? 해서 얼음 한컵을 와그작 씹어먹었다.ㅋㅋ
한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인데... 열두시간 넘게 물한모금 못마셔서 너무 시원했다.
제왕절개 하자마자 아기는 내 옆에 있게 되었다. 젖을 물려도 되긴하는데 나는 일단 분유 부탁해서 주었다.
그래도 나온다고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첫째는 바로 NICU로 올라갔었는데 둘째는 품에도 안아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좋았다.
내 상태가 좋아보였는지 회복실에서 한시간 남짓 있다가 바로 입원실로 옮겨졌다.
대기실에서 기다렸던 엄마도 모시고 오고...
진통제를 맞고 있어서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할만한데... 이런 느낌?
심지어 그날 저녁에 다녀가신 분도 있었는데 수술한 사람이 너무 멀쩡하다며...(?)
가스도 나오기 전부터 유동식 먹어도 된다고 했다.
수액을 맞고 있어서 별로 식욕이 있진 않았지만... 저녁 유동식 시키자마자 가스-_-가 나와서...ㅋㅋ
방문하셨던 분이 사다주신 생크림 케이크를 먹었다...ㅋㅋ
다음날 아침부터 일반식 먹고 ㅋㅋ 소변줄도 제거했다. 다만 통증이 무서워서 움직이는 건 오후 늦게서야 했던 것 같다.
의사가 3박 4일 있어도 된다고 했지만
소정이 걱정도 되고... 오빠가 집에 와줬으면 하는거 같아서 그냥 2박 3일만 입원하고 집으로 왔다...
육아가 시작 되었당 ;ㅁ;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