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된 아기를 곧 어린이집에 일주일에 3일씩 보내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오늘 또 '애착육아'니 만 3살까지는 엄마 손길이 좋다느니, 5-6살까지도 끼고 있겠다는 엄마들을 보면 또 난 죄책감이 든다.
주말마다 육아 때문에 싸우게 된다. 오히려 남편이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거들길 바라는데 남편은 딱히 적극적인 태도로 육아를 하는 편이 아니라서-물론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만-자꾸 욱 하게 된다.
한국에 가겠네, 떨어져 살겠네 등등의 극단적인 소리가 오고 가고, 아기가 낮잠이 들자 나름 휴전이 되었다.
아무튼 육아는 내가 경험한 일 중에 가장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기쁘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하다.
나는 우리 아기를 정말 사랑한다. 니 목숨보다도?라고 누가 어리석은 질문을 한다면 정말 엄청나게 고민해서 대답해야 할 것 같을 정도로 나는 아기가 너무 소중하다.
항상 운전을 조심히 하고자 노력하고, 별다른 사건 사고나 이벤트에 휘말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
여느 사랑스러운 아이들처럼 부모의 사랑도 많이 받게 해 주고 싶고, 지적으로 감성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다.
그렇지만 14개월 아기를 오롯이 돌보는건 참 힘들다.
혼자노는 아기를 내버려 두고 내가 하고픈 일을 하는 것은 아기가 온통 엄마의 관심을 부르짖기 때문에 쉽지 않다. 게다가 내가 아기를 돌보지 않고 뭐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게 한다.
아기를 돌보며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아기랑 열심히 놀아주는 것은 더욱 힘들고... 난 아직 만으로 27살이고 체력도 좋은 편인데도 가끔은 힘에 부친다.
어떤 대상에 대해 판단할 때 이분법, 흑백논리 같은 극단적인 생각들은 그 본질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한다.
육아에 대해 이런 불평들만 늘어놓는 내게 누가 '넌 참 모진 엄마다', '모성애가 좀 부족하네'라고 한다면 상처를 좀 받겠지만 솔직히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아기를 정말 사랑하고 잘 키워내고 싶은 엄마이면서도 한 명의 사람이고 또 그래서 적당한 휴식과 자유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리프레시의 시간이 내게 당연 육아에의 몰두와 집중의 자세를 가져다 줄 것을 확신한다.
내 이야기가 아니어서 도통 느낄 수 없었던 '엄마'의 세계.
내가 자식으로서 살아온 25년의 날들, 그리고 아기를 가진 그 이후로부터 엄마로서 살아온 2년의 날들.
그 이전엔 몰랐다. 왜 그렇게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엄마가 얼마나 희생해 왔는지.
내가 아기를 키워보니 그건 마치 엄마의 본능 같은 것이었고 무엇을 바라서 그런게 아니라는 걸 잘 알게됐다.
그 힘든 시간을 오롯이 견뎌내는 나에게 더욱 힘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하루 육아 망쳤다고 포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
오늘 밤도 잘 쉬고, 내일 더 사랑 많이 해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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