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라는 것 만큼 상대적인 것이 있을까. 같은 나이에도 소속되어 있는 집단에 따라 어디선 막내 취급을 받기도 하고 어디선 노땅-점잖게 말하면 어르신, 선배, 형님, 언니 등등-취급을 받기도 한다.
나는 대학 입학부터 이루어지는 취직, 결혼, 출산 등 흔히 부르는 인생과업들을 일찍이 해 낸 편이라 어디 가도 막내였다. 첫 부임지였던 학교에서도 맘카페에서도 아줌마들 모임에서도 항상 막내였다. 그래서 실제 캐릭터와 다르게?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순종적이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사회성도 잘 학습한 사람이니까. 그러다 보면 내 젊음이 마냥 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철 없는 마음을 나는 정말 어리니까 하하하 하면서 이상한 합리화로 무마해 버렸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나이의 변화는 본인이 제일 잘 아는 법. 셀카를 찍을 수록 늘어나는 주름이며 늘어지는 피부같이 외적인 변화는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아 이게 우스개로 소리로 말하는 나이를 직빵으로 맞는 것이구나. 마음 속에선 삶이 심드렁해지고 그러려니 하는 일이 많아지는데 이게 곱씹어 볼 수록 슬프고 짜증난다.
엄마가 전에 맛있는거 있으면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두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소리를 들으며 살이 안 찌니 행복한 고민을 하시는 구나 했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지나보니 아... 나이를 먹을 수록 뭘 먹어도 감동이 덜 하고 사실 기대도 덜 된다.
소녀같은 사람들을 아우 철 없어라는 말로 깎아내리곤 하는데 그런 마음을 갖고 늙어가는게 어찌나 어려운지 요즘은 나날이 느낀다. 매일 아침마다 오는 권태감에도 끊임 없이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 소녀같은 마음을 가지고 오늘 새로이 먹을 맛있는 음식들과 그 음식을 함께 먹을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 내일에 대한 아주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정말 필요하다. 이것도 모든 걸 잘 기억하고 학습하려 했던 어렸을 때의 나 처럼 학습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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