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용되어 교직을 시작했는데 7년간의 휴직으로 이제야 1정연수를 받았다.
사범대를 졸업하면 주는 2급 정교사는 실경력 기준으로 3년이 지나면 1급 정교사의 연수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이제 실경력 4년차 흡흡 ㅠㅠ

사실 오빠가 올해 너무나 휴가를 가고 싶어해서, 첫째가 방학이 길고 돌봐야 할 1학년이어서, 이 연수를 내년에 듣길 원했다. 1정연수는 3-4주간 풀타임이니까, 휴가가 없다.


근데 ㅠㅠ 1정연수 포기원을 구두 결제 받으러 갈 때마다... 담당 교무부 샘, 교감샘, 교장샘 모두모두 너무 아쉽다며.... 결정적으로 교무부장님께 결재 올렸을때 자기가 아직 결재 안했으니 하루만 생각해 보고 오라며... 그래서 교무부장님의 그 확고한 설득에 오빠까지 넘어가서 이번학기에 1정연수를 듣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너무 믓찐 단호함이셨다. 작금의 우리가 그렇게 남의 일에 no하기 쉽지 않은데...


물론 예약했던 제주도 티켓은 취소했고, 오빠랑 당연 시원~~~하게 싸웠다.
나는 애를 돌보고 그 기막힌 돌봄 방과후 학원 라이드 속에서 연수를 들으려니 화가나고.... 이렇게 늦게 연수듣는 것도 길었던 비자발적 외국생활 때문인거 같고
오빠는 힘들게 일하는데 휴가도 못가고 애들까지 방치된채로 보내야 하냐며....
뭐 이런 답 없는 싸움이었지만...
올해가 지나면 아마 대면으로... 3-4주를 출근해서 심지어 숙박하고 (예전엔 목숨걸고 했다고...) 그러며 들었을것을 올해는 집에서 줌수업으로 진행되어 아이들 돌봄에 커다란 공백이 생기지는 않았다. (작~~은 공백정도)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니 또 대학원을 가고싶다~~~는 막연한 꿈도 꿔 보고 ㅎㅎㅎ 그래그래 나는 머리는 별로 좋진 않았어도 원래 공부하고 필기하고 수업 듣는걸 좋아하긴 했지 ㅎㅎㅎ 하는 옛날 생각도 나고... (범생이 그 잡채....) 교수님들은 다들 참 멋지시고 똑똑하시고 그런 생각도 들고... 이번 연수의 교수님들은 참 친절하셔서 좋았다. 학부때 만난 교수님들은 참 어렵고 딱딱했던거 같은데.


오늘도 사교육 최전선에서 애들을 싣고 나르기에 여념이 없었던 사람이지만,
또 맡은 일 열심히하고 수업 잘하려고 노력하는 직업인 교육인으로서
분열된 삶을 살아간다...
인생은 무엇일까? 부모란 무엇일까? 1정연수란 무엇일까? 휴가란 무엇일까?
질문을 던져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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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을 읽으며

양재동 SPC본사 앞엔 오늘도 천막 농성자들이 있다.
나는 그런 정신의 투쟁을 다룬 한강의 소설을 읽으며 오늘도 여느 주말처럼 파리바게트에서 빵을 산다. 왜인지 얼굴이 화끈거려온다.

먹고 놀고 자기 바쁘던 그 단순한 생활을 넘어 생각을 해야한다. 그리곤 옳다고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나는 모이나 쫒아다니는 닭이나 물고기가 아니다.


생활인의 미명-건사할 어린 두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아래 관심을 끊었던 주변 돌아가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생각을 하자.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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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올 한 해는 공부에 관한 나의 고정관념이 많이 무너진 그런 해였다.

 

적어도 공부라면 '효율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소 시간에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수히 논의되는 모둠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 배움중심수업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조금은 풀렸다고 할까.

(물론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나는 흔히 말하는 강의식 수업을 좋아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수업은 미리 잘 정리된 학습자료에, 수업 내용을 기깔나게(약간의 유머를 섞어) 설명하고, 또 그에 따른 문제 풀이나 심화 내용 같은걸 잘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의 수업이다.

지금도 강의식 수업이 현재 주된 평가  평가를 잘 치루기 위해선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답을 찍으려면 이해하고 외워야 한다. 

 

올해 맡은 중1 아이들은 참 순수하다.

선생님이 하자고 하면 다 하고, 말도 쫑알쫑알 다 잘한다.

어쩜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까 싶을 정도로 그냥 자기 경험이며 어제 있었던 일 각종TMI가 아주 넘쳐난다.

 

그런 순수하고 협조적인 아이들 덕분인지 올 한해는 모둠수업이나, 활동 중심 수업을 전보다 많이 진행할 수 있었다.

 

품사를 내가 가르치면 한 시간이면 될 것을 아이들에게 직접 모둠끼리 도화지에 그려서 설명하라 하면 45분이 부족하다.

아이들끼리 45분간 만들어낸 결과물로는 문제집 단원평가의 세 문제도 풀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자거나 다른 생각 않고 품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된다.

 

배움은 어디에서 일어나는 걸까.

35명의 학생들 중 5명만 학습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게 되는 강의식 수업도 좋지만,

얕게나마 학습 내용에 대해 자신이 직접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상호 가르침의 과정이 따르는 활동중심 수업도 내가 가르치는 공교육 현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놀랍게도 내가 가르치는 중1 아이들은 학교 오는 것을 대부분 좋아한다.

중1은 현재 일제고사(중간/기말)가 없는데 항상 학교오면 사부작사부작 만들고 그리고, 모둠을 만들어 재잘재잘 떠들며 배우니

그저 즐거워 보인다. 자기네들도 좋다고 그러고.

 

학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미워하던 조별발표가 주는 시사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저런 사회 구성원들과 부딪히며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현실세계의 삶이 학교 현장에서 연습되어야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와 소통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어렵고, 학문적 지식에 대한 배움은 얕지만

많은 아이들이 즐겁다 외치고, 적어도 자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이 없다.

 

어쩌면 학교에서의 배움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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