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올 한 해는 공부에 관한 나의 고정관념이 많이 무너진 그런 해였다.

 

적어도 공부라면 '효율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소 시간에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수히 논의되는 모둠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 배움중심수업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조금은 풀렸다고 할까.

(물론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나는 흔히 말하는 강의식 수업을 좋아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수업은 미리 잘 정리된 학습자료에, 수업 내용을 기깔나게(약간의 유머를 섞어) 설명하고, 또 그에 따른 문제 풀이나 심화 내용 같은걸 잘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의 수업이다.

지금도 강의식 수업이 현재 주된 평가  평가를 잘 치루기 위해선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답을 찍으려면 이해하고 외워야 한다. 

 

올해 맡은 중1 아이들은 참 순수하다.

선생님이 하자고 하면 다 하고, 말도 쫑알쫑알 다 잘한다.

어쩜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까 싶을 정도로 그냥 자기 경험이며 어제 있었던 일 각종TMI가 아주 넘쳐난다.

 

그런 순수하고 협조적인 아이들 덕분인지 올 한해는 모둠수업이나, 활동 중심 수업을 전보다 많이 진행할 수 있었다.

 

품사를 내가 가르치면 한 시간이면 될 것을 아이들에게 직접 모둠끼리 도화지에 그려서 설명하라 하면 45분이 부족하다.

아이들끼리 45분간 만들어낸 결과물로는 문제집 단원평가의 세 문제도 풀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자거나 다른 생각 않고 품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된다.

 

배움은 어디에서 일어나는 걸까.

35명의 학생들 중 5명만 학습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게 되는 강의식 수업도 좋지만,

얕게나마 학습 내용에 대해 자신이 직접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상호 가르침의 과정이 따르는 활동중심 수업도 내가 가르치는 공교육 현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놀랍게도 내가 가르치는 중1 아이들은 학교 오는 것을 대부분 좋아한다.

중1은 현재 일제고사(중간/기말)가 없는데 항상 학교오면 사부작사부작 만들고 그리고, 모둠을 만들어 재잘재잘 떠들며 배우니

그저 즐거워 보인다. 자기네들도 좋다고 그러고.

 

학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미워하던 조별발표가 주는 시사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저런 사회 구성원들과 부딪히며 당면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현실세계의 삶이 학교 현장에서 연습되어야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와 소통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어렵고, 학문적 지식에 대한 배움은 얕지만

많은 아이들이 즐겁다 외치고, 적어도 자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이 없다.

 

어쩌면 학교에서의 배움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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