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하면 필리치즈 스테이크, 리딩 마켓에서



필라델피아에 방문한 건 총 두번밖에 안되지만, 그것도 짧게 있었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여서 잠깐 짬을 내어 글을 적어 보고 싶다.


둘다 겨울에 방문 했었는데, 첫 번째 방문이었던 12월 말은 너무 추웠고, 두 번째 방문 역시 12월 말이었는데 아주 춥지는 않았다. 섭씨 5-10도 사이. 다운타운에서 우연히 기념품점을 운영하시던 한국 분을 만났는데 일주일 전만 해도 너무너무 추웠다고... 텍사스에서 온 우리는 얼마전에 에어컨 켰다고 하니 부럽다고 하셨었다.


여행의 추억은 '조화'롭게 구성된다. 


관광지, 사람들의 친절함, 날씨, 식사, 이벤트 등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뤄야 그 여행지가 좋았던 것으로 추억된다. 밥이 맛있었는데 너무 더웠다거나, 경치가 너무 좋았는데 사람들이 불친절했다거나... 한다면 그 여행지가 최고였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저번 주 방문했던 필라델피아는 뭔가 합이 딱딱 맞아서 정말 좋았다. 


뉴욕에서 지긋지긋한 교통체증과 심각한 물가(특히 톨비, 주차비)를 겪고 필라델피아로 내려왔다. 일단 눈내리던 뉴욕보다 좀 따뜻했고, 톨비도 없었고 주차비는 좀 있었지만 뉴욕에서의 3시간 60불을 겪고나니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달까. 뉴욕-필리 그렇게 먼 곳도 아닌데 사람들도 좀 친절해진 것 같고.. 기억이 미화되는 건가.


호텔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방문한 franklin institute는 사실 미취학-초등 저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것 같지만, 우리 13개월 소정이도 버튼 누르면 소리 나는 전시물 같은 걸 보며 좋아하고 신랑이 폐암 환자 사진을 보고 새해부터 운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보면 썩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신랑이 전날 여행책자에서 2불 쿠폰을 가져가서 고작 2불이지만 할인 받은 것도 상당히 좋은 점(왜 나는 돈에 약해지는가. 그것도 2불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람 후 리딩 마켓이라는 곳까지 다운타운을 가로질러 걸어갔는데 오래되고 웅장한 건물도 맘에 들었고 추웠지만 날씨도 맑고 오랜만에 차 안타고 걸으니까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왜인지 무서운 흑인 무리들이 옆을 지나다닐 떈 좀 무섭기도 했다. 알고보니 필리는 치안이 좋은곳은 아니라고...


배고팠던 신랑이 필리의 상징인 LOVE statue에서  사진을 안 찍고 가서 그때 좀 싸웠지만 결국 리딩마켓에서 밥을 먹고 나서 오는길에 러브 앞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고, 오히려 사람이 줄어들어 빨리 찍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성과라면 그 사진을 엄마한테 보냈더니 '너 좀 살쪘구나'하셔서 덕분에 나도 새해벽두부터 다이어트에 매진하게 되었다. 아 자극됐어.


그리고 자유의 종을 방문해서 필리의 상징을 다시금 확인했고-에밀레 종이나 보신각 종 같이 엄청 큰걸 기대했지만 아니었다-유펜에도 잠시 들러 구경하는 기회를 가졌다. 나는 대학 졸업한지 5년이 지났는데도 대학가만 가면 너무 좋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시간에 딱 맞춰 delaware river front에서 하는 New Year's Eve 불꽃놀이도 감상했다. 우리가 우회전을 하자마자 신기하게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이 점이 가장 좋았던 점.


그리고 새해 방문한 philadelphia museum of art는 기부입장을 받고 있었고 미술관 내용이 너무 좋아서 모처럼 예술 혼이 자극되기도 했다. 신랑이 환장하는 기념품 샵은 내가 봐도 만족스러울 만한 퀄리티의 물건으로 가득했다. 신랑은 더 환장... 잠깐 들린 미술관 카페의 음식이 믿기 힘들게 맛있어서 나와 신랑과 13개월 아기까지 즐겁게 도란도란 먹었다. 말도 안되게 기분 좋은 사건들이 이어졌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필라델피아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조화롭게 참 좋았다. 


마지막 여행지였던 필라델피아가 너무 좋아서 이번 동부 여행도 즐거웠고, 새해도 너무 가뿐하게 열었다. 언젠가 다시 방문하게 되면 따뜻한 봄이나 여름이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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